소아 복통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여름에는 세균과 바이러스성 장염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복통이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지면서 구토, 혈변 등의 증상을 동반하면 수술이 필요한 응급질환일 수 있어 신속히 병원으로 가야 한다(사진=AI생성). 

소아 복통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여름에는 세균과 바이러스성 장염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복통이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지면서 구토, 혈변 등의 증상을 동반하면 수술이 필요한 응급질환일 수 있어 신속히 병원으로 가야 한다(사진=AI생성).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아이들의 장 건강에도 비상이 걸렸다. 높은 기온으로 음식이 쉽게 상하면서 세균성 장염 위험이 커지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단체생활 공간에서는 바이러스성 장염도 빠르게 퍼질 수 있다. 특히 영유아는 설사와 구토가 반복되면 성인보다 탈수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가 배를 아파한다고 해서 모두 장염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충수염이나 장중첩증, 감돈 탈장처럼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술이 필요한 응급질환도 복통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경우 아픈 부위와 정도를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만큼 보호자는 통증이 나타나는 방식과 구토·발열·혈변 등의 동반증상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당부한다.

■여름철 아이 장 건강 위협하는 ‘장염’

장염은 바이러스나 세균, 오염된 음식물 등으로 위장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와 구토, 복통, 발열 등이다. 영유아에서는 로타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 비교적 흔하며 여러 아이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특히 여름에는 높은 기온으로 음식물이 쉽게 변질되고 세균이 빠르게 증식해 세균성 장염 위험이 높아진다. 게다가 장염으로 설사와 구토가 발생한 상태에서 땀까지 많이 흘리면 수분과 전해질 손실이 더욱 커진다.

고려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경재 교수는 “영유아는 성인보다 체내 수분 조절 능력이 미숙해 같은 정도의 설사와 구토가 발생해도 탈수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아이의 수분 섭취량과 소변량, 활동 상태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소아 장염에서 가장 주의할 것은 ‘탈수’

영유아는 몸이 불편해도 자신의 증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복통을 직접 호소하기보다 평소보다 심하게 보채거나 잘 먹지 않고, 기운 없이 처지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소변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거나 ▲입술이 마르고 ▲울어도 눈물이 잘 나오지 않거나 ▲아이가 축 처지는 경우에는 탈수를 의심해야 한다. 반복되는 구토로 물이나 분유를 마시지 못하는 경우에도 빠르게 진료받는 것이 좋다. 생후 6개월 미만 영아는 체중이 적고 수분 손실에 취약해 설사나 구토 횟수가 많지 않아도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아이가 마실 수 있다면 경구수분보충액을 한꺼번에 많이 주기보다 숟가락이나 작은 컵으로 조금씩 자주 먹이는 것이 좋다. 구토 후 곧바로 많은 양을 먹이면 다시 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유와 분유는 아이가 받아들이는 범위에서 계속 먹일 수 있다.

반면 당분이 많은 과일주스와 탄산음료, 일반 이온음료는 설사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지사제나 구토 억제제도 보호자가 임의로 먹이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이경재 교수는 “여름철 소아 장염에서는 장염 자체뿐 아니라 탈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설사와 구토가 시작되면 아이가 소변은 평소대로 보는지, 기운이 지나치게 떨어지지는 않는지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통 심해지면 장염 아닌 ‘응급질환’ 의심

장염에 따른 복통은 설사나 구토 등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복통이 일정한 양상으로 반복되거나 시간이 갈수록 심해진다면 수술이 필요한 응급질환도 의심해야 한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소아외과 한지원 교수는 “소아 복통은 장염이나 소화불량인 경우가 많지만 통증이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지고 구토, 발열, 혈변 등이 동반되면 응급질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영유아는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해 보호자의 관찰이 조기진단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말했다.

▲통증이 오른쪽 아랫배로 이동하면 ‘충수염’

대표적으로 급성충수염은 만 6~11세 학령기 아동에서 비교적 흔한 응급질환이다. 처음에는 명치나 배꼽 주변이 불편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오른쪽 아랫배로 이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토와 발열, 식욕부진이 동반될 수 있으며 걷거나 뛰는 등 몸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충수염은 수술이 표준치료다. 치료가 늦어져 충수에 구멍이 생기면 복막염으로 진행될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심하게 울다가 멀쩡해지길 반복하면 ‘장중첩증’

장중첩증은 장 일부가 인접한 장 속으로 말려 들어가는 질환으로 주로 생후 3개월~3세 영유아에게 발생한다. 아이가 갑자기 심하게 울고 다리를 배 쪽으로 끌어올리다가 잠시 괜찮아지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구토가 흔히 동반되며 시간이 지나면 점액과 피가 섞인 딸기잼 같은 혈변이 나타날 수 있다.

단 혈변은 초기부터 반드시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다. 반복적인 심한 복통과 구토만 있어도 장중첩증을 의심하고 진료받아야 한다. 치료가 늦으면 장 괴사나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타구니 혹이 들어가지 않으면 ‘감돈 탈장’

소아 서혜부탈장은 장이나 복강 내 조직이 복벽의 약한 부위를 통해 빠져나와 사타구니가 불룩해지는 질환이다. 평소에는 돌출된 부위가 다시 들어갈 수 있지만, 장이 끼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감돈 탈장이 발생하면 응급치료가 필요하다.

사타구니나 음낭의 혹이 눌러도 들어가지 않고 딱딱하거나 붉게 변하면서 아이가 계속 울고 구토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오래 방치하면 장으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 장 괴사가 발생할 수 있다.

한지원 교수는 “충수염과 장중첩증, 감돈 탈장은 치료 시기가 예후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응급질환”이라며 “만일 휴가철 반복되는 복통과 구토, 혈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다음 날까지 기다리거나 여행을 마친 뒤 진료받으려 하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위생관리 철저히…휴가지 의료기관 위치 확인

소아 장염 예방의 기본은 손 씻기다. 외출 후와 식사 전, 기저귀를 교체한 뒤에는 비누를 사용해 손을 충분히 씻어야 한다. 아이가 자주 만지는 장난감과 식기, 생활용품도 깨끗하게 관리하고 수건이나 컵, 식기를 함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여름철 음식은 충분히 익혀 먹이고 조리 후 가능한 한 빨리 섭취해야 한다. 실온에 오래 둔 음식은 다시 데워 먹기보다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과일과 채소도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휴가를 앞두고 있다면 숙소 주변의 소아 진료기관이나 응급실 위치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여행지에서 아이에게 반복되는 복통이나 구토, 혈변이 발생했다면 일정을 소화하기보다 아이의 상태를 먼저 살피고 신속히 병원으로 가야 한다.

TIP. 보호자가 기억해야 할 위험 신호

다음과 같은 증상이나타나면 단순 장염으로 생각하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 방문

ⅴ반복되는 구토로 물도 마시지 못한다.
ⅴ소변량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ⅴ아이가 축 처지거나 반응이 둔하다.
ⅴ고열이 지속된다.
ⅴ혈변이 나온다.
ⅴ복통이 점점 심해지거나 통증이 오른쪽 아랫배로 이동한다.
ⅴ아이가 심하게 울다가 괜찮아지는 모습을 반복한다.